돌담
제주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담은 제주인들의 생존의 역사와 지혜가 담긴 의미체라 할 수 있다.
또한 돌담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미학적(美學的) 요소도 가지고 있다.
까만 돌담이 줄기차게 얽혀서 이어지는 가운데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 그것은 제주도만이 가진 색깔이자 음색(音色)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제주의 돌담이 개발이라는 변화에 따라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제주의 밭담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는 해놓았지만 아직까지 밭담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곳곳에 위치한 생활 울타리
제주도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길게 이어진 돌담을 만날 수 있는데
조선시대에 제주도를 방문했던 선비는 끝없이 이어지는 제주도의 돌담을 보고 ‘흑룡만리(黑龍萬里)’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특히 눈에 띄는 돌담은 경작지 사이에 쌓아놓은 밭담, 집 주위를 에워 쌓은 집담 그리고 무덤 주위에 쌓아놓은 산담,
밭 한쪽에 길게 쌓아 두고 성담처럼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잣담이 있다.
(겹담으로 쌓은 밭담인 잣담)
바닷가 연안에 일정한 너비와 높이로 쌓아놓고 고기를 가두어서 잡는 원담(또는 갯담),
조선시대에 소와 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목장 울타리용으로 쌓아놓은 잣성,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 제주목·대정현·정의현 등 읍성(邑城)과 군 주둔지였던 진성(鎭城)에 쌓은 성담,
고려 말에서 조선에 걸쳐 왜구 등을 막는 데 활용되던 환해장성(環海長城) 등이 있다.
(원담)
(환해장성)
또한 올렛담(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의 돌담), 우영담(택지 옆에 붙어있는 텃밭의 돌담)
또는 통싯담(돼지우리를 둘러놓은 돌담)처럼 돌담이 쌓인 장소나 위치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도 있다.
(집담과 올렛담)
돌담의 기능은 돌담이 쌓여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집담은 집의 울타리로서 외부인의 시선으로부터 집안 내부의 모습을 차단하고,
강풍이나 태풍이 불어올 때는 바람의 강도를 낮추어 바람의 피해를 줄이고,
평소에는 지나가는 우마 등 가축이 마당 안으로 들어와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또한 해안에 아주 인접한 가옥인 경우에는 파도에 의한 염해(鹽害)를 막는 기능도 있다.
밭담은 경작지의 소유를 구분함과 동시에 우마 등 가축들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밭담)
산담은 원래 사자(死者)의 영혼이 깃드는 공간 혹은 사자의 생활공간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이와 함께 우마의 피해와 산불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밭 한쪽에 길게 쌓아놓은 잣담은 근본적으로는 경작지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돌들을 한쪽에 쌓아두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돌의 양이 워낙 많다보니 먼 곳으로 치우지 못하고 옆 밭과의 경계를 구분 짓는 돌담에 의지하여 쌓아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잣담도 여름이나 가을철에 비가 많이 내리던지, 장마가 지속될 경우에는 농작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통행로로 이용하며,
또한 평소에는 농기구나 작업복 및 점심 바구니 등을 놓아두는 용도로도 이용된다.
원담 또는 갯담이라 불리는 어로 시설은 얕은 바닷가 연안에서 주변의 지형지물과 연결하여 1m 내의 높이로 쌓은 돌담인데,
이것은 보통 밀물을 따라 연안으로 들어온 고기떼가 원담 안에서 유영하며 놀다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은 빠지고 고기들은 얕은 물 속에 갇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잣성은 잣 또는 잣담이라고도 하는 데, 이 돌담은 조선시대 때 중앙에서 사육하는 말과 소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방목하며 키우기 위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
해발 200고지 정도에는 하잣성을 쌓아서 마소가 농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해발 5-600고지에는 상잣성을 쌓아서 마소가 한라산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중간에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구분담이나 중잣성을 쌓기도 하였다.
(갑마장길에 있는 잣성으로 겹담으로 쌓았다.)
잣성과는 시대적으로 조금씩 다르나, 환해장성을 비롯하여 3개 지역에 쌓여졌던
읍성이나 9개의 군 주둔지(화북, 조천, 별방[하도], 수산, 서귀포, 모슬포, 차귀[고산], 명월, 애월)였던 진성에는
돌로 석성(石城)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정교한 돌담으로 이루어진 성담은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도 내를 빙 둘러가며 요새지마다 쌓은 것이다.
한 줄로 쌓은 돌담과 두 줄로 쌓은 돌담
돌담의 외견상 형태는 외담과 겹담으로 나눌 수 있다.
외담은 담을 한 줄로 쌓아올린 것을 말하고, 겹담은 두 겹으로 쌓아올린 돌담을 말한다.
보통 일반적인 용도의 돌담은 외담의 경우가 많고 다소 특수한 용도를 띠는 경우에 겹담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밭담, 집담, 올렛담, 우영담 등은 대부분 외담의 형태로 쌓고
산담, 잣담, 잣성, 원담, 성담(읍성, 진성) 등은 겹담으로 쌓아 놓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돌담을 쌓는 데는 겹담으로 쌓는 것이 시간과 경비와 노력이 더 많이 들며,
따라서 적어도 길이에서는 외담보다도 훨씬 짧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한번 파괴된 환경은 되살릴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아름다운 돌담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주의 울타리 돌담 [濟州-]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